3집 1번 트랙 메르츠의 <저녁의 노래> 중 샘플
3집 5번 트랙 줄리아니의 <대서곡> 중 샘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장대건님 음반은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가장 저를 기쁘게 하는 것은 무려 26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음반내지입니다. 음반서문, 장대건님의 한글 및 영문 약력,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세한 곡 설명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7페이지에 달하는 꼼꼼한 곡 설명은 정말 음악애호가 입장에서는 상당한 메리트인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음반은 세계 최초로 1838년산 르네 라코트 모델 기타로 녹음을 한 기념비적인 음반인지라 악기에 관한 별도 페이지를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럽기 그지없는 단단하면서도 윤기가 흐르는 탄현이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유혹적으로 다가옵니다. 기타라는 악기는 음량이 작고 다이나믹 폭이 좁은 관계로 다른 현악기에 비해 음악적이라는 느낌보다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대건님의 연주는 기타라는 기본적인 터치 자체가 다른 연주자와는 차이가 많이 나는것 같습니다. 기타라는 악기의 제약을 벗어난 듯한 음색의 및 다이나믹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흐느끼기도 하고 광풍같이 휘몰아치기도 하고 사랑의 손짓을 보내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수많은 기타리스트 중에 음악적이고 감동을 주는 기타리스트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장대건님은 음악적인 면에서 보면 그 정점에 가장 다가간 기타리스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대건님의 연주회를 보고난 많은 청중들이 감동적이었다, 기타가 저런 악기인줄 몰랐다는 말들을 많이 하십니다. 올해 2월에 스페인 로드리고 서거 10주년 기념음악회에 스페인 기타리스트를 제치고 장대건님이 아랑훼즈협주곡을 협연을 한 이유가 짐작이 갑니다.
음악적인면과 대중적인면을 다 갖춘 정말 수작인 음반입니다. 기타음악의 전성시대라 불리우는 고전, 낭만시대의 가장 대표작이라고 평가되는 곡인 <마술피리 주제와 변주>, <대서곡>, <엘리지>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곡들이 수록된 다른 연주자의 음반도 제법있지만 대건님의 입체적이고 감성적인 연주로 그 진가가 더 선명해지는것 같습니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곡도 상당부분 포진해 있습니다. 꽃보다 남자에 나온 로마네스카, 모래시계의 테마였던 파가니니 소나타, 기타로 이렇게도 연주될 수 있구나 라고 느껴지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등 모든 분에게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대건님 3집 음반에서 베스트를 꼽자면 (처음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버릴곡이 없는것 같습니다만)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느끼게 해주는 줄리아니의 <대서곡>, 기타가 한편의 오페라를 보는듯이 드라마틱하게 연주하는 <라트라비아타 주제에 의한 환상곡>,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기타곡으로 명하고 싶은 <엘리지>를 꼽고 싶습니다.
굳이 눈부신 국제콩쿨 입상경력, 세고비아 애제자 2명의 아끼고 아끼던 유일한 한국제자 등의 배경을 들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발매된 1,2집 모두 영국의 저명한 기타전문지 "Classical Guitar"의 찬사를 받는 등 우리나라 기타계에서는 아무도 가 본적이 없는 길을 선구자적으로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루어 온 성과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도, 경제적인 성과도 크지 않지만 묵묵히 연주와 음반활동을 이어가시는 장대건님 자랑스럽습니다.
사족) 이번 음반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음반인 이유는 고전, 낭만시대의 음악을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 세계최초로 1838년산 르네라코트 모델 기타로 녹음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 악기는 손톱을 사용하고 큰 음향을 추구했던 당대의 명기타리스트인 아구아도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진 악기로 전형적인 로만틱기타와는 달리 현장이나 통 사이즈가 근대기타에 근접할 정도로 큰 기타였다고 합니다. 음반을 들어보면 이 악기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현대기타와 로만틱기타의 딱 중간정도의 음색을 들려줍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파르넬리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근데 이 음색이 정말 묘하게도 유혹적이고 육감적이며 중독성이 강합니다.